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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용접 왕이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17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일방적 강압 행위가 횡행하는 정세 속에 무역 보호주의에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 종료 뒤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왕이 주임은 중·한(한·중)은 모두 경제 세계화의 수혜자로서 국제 자유무역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과 무역 갈등을 이어오고 있는 중국은 개방과 협력을 중심으로 한 국제 무역 질서 수호를 거듭 강조해왔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왕 주임은 양국은 이사할 수 없는 이웃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 측의 대한국 정책은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할 것이며 공동의 번영을 실현하는 동시에 민감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감한 문제’는 중국이 국가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이나 신장웨이우얼·티베트(시짱) 문제나 남중국해 영유권을 비롯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또 왕 주임은 양국이 올해와 내년에 한국과 중국이 각각 개최하는 APEC 정상회의를 잘 개최하는 데 있어 상호 조율하고 지지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왕 주임은 최근 갯벌에 고립된 중국인 노인을 구조하다 순직한 한국 해경 고(故) 이재석 경사 사건과 올해 6월 중국 장자제에서 목숨을 걸고 한국인 승객의 안전을 지킨 중국 버스기사 사건을 두고 양국 간에는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이 있고, 양국 인민 간의 우호적 이야기를 발굴함으로써 양국 국민의 상호 인식과 우호 감정을 높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및 유엔 창설 80주년임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특별한 역사적 시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 장관은 양국 관계의 개선 흐름을 소중히 여기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더 긴밀히 하고 경제·무역 분야와 인적·문화적 교류 협력을 심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또 조 장관이 한·중 및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가속화하길 바라며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내용도 중국 측 발표 자료에 포함됐다.
오래 전 이야기다. 몇 달간 가공식품만 먹고 지내던 시기가 있었다.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의 열량과 영양성분을 측정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기록하던 때였다. 멸균 포장된 현미곤약밥, 플라스틱 통 샐러드, 무가당 두유 같은 공장에서 나온 식품들은 칼로리를 계산하기가 손쉬웠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는 원재료를 전자저울에 올려놓고 하나하나 무게를 쟀다.
그렇게 기록한 열량이 하루 1300㎉를 넘기면 밤마다 혼자서 자책했다. 정상체중보다 고작 몇 킬로그램 더 나가는 몸이, 앉으면 접히는 뱃살과 틈 없이 맞닿는 허벅지가 혐오스러웠다. 한밤중에 배가 고파오면 옷장에서 옷을 마구잡이로 꺼내 입어봤다. 물배라도 채우고 싶었지만 다음날 공복 몸무게가 늘어날까 봐 그조차 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아침마다 체중계에 올라 전날보다 소수점 단위로 줄어든 체중계를 확인해야 비로소 안심이 됐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자 주변 사람들이 칭찬했다.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고, 너무 예쁘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그냥 적당히 먹고 운동했다고 대답하곤 했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최근 독자와 기자가 함께 콘텐츠를 발굴하는 ‘입주자 프로젝트’의 주제로 ‘섭식장애’를 골랐다. 섭식장애는 정신적 문제로 먹는 행위를
폰테크 통제하기 어렵게 되는 질병이다. 단순히 마르고 싶은 여자들이 걸리는 병이라고 여겨지곤 하지만, 사실은 정신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축에 들 정도로 위험하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열 배가량 많을 정도로 젠더화된 병이기도 하다.
[플랫]④ 플랫이 마주한 ‘섭식장애’…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다
다양한 경로로 케이스를 수집하며 이런 경험이 너무나도 보편적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남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덜 먹고 혼자 있을 때 폭식과 구토를 반복한다든지, 특정한 체중에 집착하다 영양실조에 이르렀다든지… 섭식장애까지는 아니지만 체중과 체형에 대한 집착을 포함한 ‘이상섭식’을 겪는 여성들은 너무 많다. 많을 수밖에 없다. 미디어에는 끊임없이 깡마른 여성의 몸이 전시되고 옷가게에는 마른 몸이 아니고서는 입을 수가 없는 ‘프리사이즈’ 옷이 널려 있다.
날씬한 몸매와 어려보이는 외모를 갖추도록 요구하는 사회적 통제 속에서 여성들은 보편적으로 자기 신체에 대한 수치심을 느끼며 이상섭식을 겪는다. 하지만 섭식장애에 대한 사회적 해결책은 너무 빈약하다. 섭식장애를 겪는 여성들은 흔히 ‘외모에만 집착하는 멍청한 여자애’라는 비난을 받는다. 거식증 경험을 기반으로 책 <삼키기 연습>을 썼고, 플랫에 섭식장애 프로젝트를 제안한 박지니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이 수십년간 섭식장애에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배경에는 가부장적, 여성혐오 문화가 있다. 섭식장애를 겪는 젊은 여성을 손가락질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은 비만치료제 위고비 열풍이 분다. BMI 30 이상 환자에게만 처방이 허가돼 있지만 ‘위고비 성지’라고 불리는 일부 병원은 신체 계측도, 문진도 없이 위고비를 처방한다고 한다. 정상체중인 사람이 위고비를 사용하면 부작용 위험이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비만율은 45.6%, 여성은 27.8%인데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처방환자 중에서는 71.5%가 여성이다. 정상체중 여성은 정상체중 남성에 비해 마른 몸을 만들기 위해 위고비를 처방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여성에 편중된 위험도 커질 것이다. 여기에 대해 젠더화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패션 브랜드들이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쓰는 것을 금지한다. 최근 모델이 너무 말랐다는 이유로 영국에서 퇴출됐다는 한 브랜드의 광고 사진을 보면서, 그보다 더 마른 것 같은 K팝 여성 아이돌들을 떠올렸다. 거식증을 다룬 연극 <마른 여자들> 연습실 한켠의 화이트보드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고 한다. 절대로 마르지 마시오. 이 연극을 연출한 박주영 연출가는 몸무게 30kg대 거식증 환자를 연기하는 배우의 몸에 관객이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원칙을 정했다고 했다. 우리도 그 연습실처럼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 남지원 기자 somnia@khan.kr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17일(현지시간) 오후 윈저성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성대한 국빈 만찬을 열었다.
찰스 3세는 윈저성 세인트 조지 홀에서 열린 만찬 환영사를 통해 이 특별하고 중요한 일은 우리 두 위대한 나라 간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독재가 유럽을 위협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두 나라는 중대한 외교적 노력에 협력하고 있으며, 특히 대통령님은 세계의 가장 다루기 어려운 몇몇 분쟁의 해법을 찾는 데 개인적인 헌신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찰스 3세는 두 나라가 지난 5월 통상 합의에 도달한 점을 언급하며 ‘양국 협력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에서는 유머도 곁들였다. 찰스 3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코틀랜드에 여러 골프장을 소유한 사실을 두고 ‘영국 땅이 멋진 골프장을 짓기에 충분히 좋은 곳이라는 걸 이해한다’고 농담을 건넸다. 또 미혼의 왕세자 시절이던 1970년대 미국 방문 당시 대중매체가 자신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딸을 엮으려 했던 일을 떠올리며 ‘만약 그 시도가 성공했더라면 내가 닉슨가로 장가를 갔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에서 두 차례 국빈 초청을 받았으며 이번 만찬은 두 번째 국빈 만찬이다. 2019년 6월에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버킹엄궁에서 그를 위한 만찬을 주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번 국빈 방문이 진정으로 내 인생 최고의 영예 중 하나라며 국왕과 영국에 수십 년간 큰 존경심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정상으로서 두 차례 영국 국빈 방문은 최초인데, 본인의 사례가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고도 농담했다.
그는 찰스 3세에게 아주,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했고 지난해 암 진단을 받았던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을 향해서는 빛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영 간 ‘특별한 관계’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하나의 화음 속 두음과 같이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함께 연주돼야 한다며 양국 간 관계와 정체성의 유대는 소중하며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만찬은 화려하고 격식 있게 진행됐다. 찰스 3세와 트럼프 대통령은 연미복 차림이었고, 커밀라 왕비는 파란 드레스를, 멜라니아 여사는 노란 드레스를 착용했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딸 티파니 트럼프도 참석했다. 47.3m 길이의 대형 테이블에는 139개의 촛불과 꽃장식이 놓였으며 식기류 1452점이 올랐다. 직원 100여명이 손님 160명에게 음식을 제공했다.
햄프셔 지방 물냉이로 만든 판나코타, 노퍽 지방 닭고기 요리, 영국 자두를 곁들인 아이스크림이 테이블에 올랐다. 주류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출신 어머니가 탄생한 해인 1912년 헤네시 코냑 그랑드 샹파뉴 등이 준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