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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크 국내 발전 공기업 5개사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할당량’(RPS)을 자체 발전보다 ‘돈’으로 메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발전 5개사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받는 기업들 총 배출량의 25%를 차지한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종식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환경부 등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5개사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1억3916만 이산화탄소상당량톤(tCO2eq·이하 t)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온실가스 할당대상업체·목표관리업체 1167곳의 배출량은 5억6652t이었는데, 발전 5개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이다. 할당대상업체와 목표관리업체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국가로부터 관리를 받는 기업을 말한다.
발전 5개사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은 중부발전으로 지난해에만 총 3116만6623t을 배출했다. 남동발전(3071만313t), 서부발전(2696만3939t), 동서발전(2597만7192t), 남부발전(2434만6135t)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RPS를 대부분 외부 조달로 메우고 있다는 점이다. RPS는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할당량을 정해준 제도다.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발전하는 ‘자체 조달’ 방식으로 충당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민간 발전사의 REC를 구매하는 ‘외부 조달’ 방식으로도 채울 수 있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하면 발급받는 인증서를 의미한다. 에너지 전환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그게 아니면 민간에서 구매하라는 취지에서 제도가 시행됐다.
발전 5개사의 선택은 후자였다. 발전 5개사의 평균 REC 구매량은 2020년 약 40억6929만REC에서 지난해 82억2318만REC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5년간 REC 구매 총액은 8조1753억원으로, 2020년 1조3542억원에서 지난해 1조8509억원으로 36.7% 늘었다. 지난해 RPS 이행 실적 중 REC 구매 비율은 동서발전(97%), 중부발전(90%), 남동발전(80%), 남부발전(66%), 서부발전(63%) 순으로 많았다.
반면 발전 5개사의 신재생에너지 자체 조달 평균 비율은 2022년 20%, 2023년 17%, 2024년 21%로 제자리걸음했다. 특히 동서발전은 지난해 RPS 자체 조달 비중이 가장 낮았다. RPS 이행량의 3%만이 자체 조달이었다. 중부발전이 10%, 남동발전 20%, 남부발전 34%, 서부발전이 37%로 뒤를 이었다.
환경단체 플랜1.5의 최창민 정책활동가는 발전사가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만드는 게 RPS 제도의 본 취지이고, (REC 구매는) 정 안 되면 시장에서 사서 메우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전사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을 거의 안 하고 시장에서 사니 REC 가격이 높아지고, 이에 재생에너지 발전사들이 가격경쟁에 나설 필요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전 5개사의 재생에너지 발전 역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석연료 기반의 덴마크 발전공기업인 오스테드가 세계 풍력발전 시장을 주도한 것은 시장이 형성될 무렵부터 풍력발전에 뛰어든 ‘경험’ 때문인데, 한국은 과도한 REC 구매로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한국은 풍력발전을 오스테드와 비슷한 시기(2011년)에 했고 심지어 발전소·터빈 기술은 더 빨랐다며 자체 발전 없이 사서 쓰는 방식이 계속되면 재생에너지 역량이 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REC에 의존해 RPS 의무를 충당하는 방식은 쉽고 빠른 길만 택하는 안일한 대응에 불과하다며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공언한 만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에 과감히 투자해 책임 있는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REC 구매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기여한다면서도 신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기존 화력발전소를 암모니아, 수소 등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RPS의무이행량 중 외부조달 상당 부분은 우리가 지분투자한 SPC(특수목적법인) 등 자회사에서 구매한 것이라며 실질적으로는 같은 회사인데 제도상으로만 (외부 조달로) 분류가 된 것뿐이라고 전해왔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 여사의 오빠 김모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특검은 김 여사 친인척의 증거은닉 및 수사 방해 혐의를 본격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19일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 오전 김씨를 소환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앞서 지난 11일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라고 통보받았지만 변호인 사정으로 출석이 어렵다고 밝혀 조사가 미뤄졌다.
특검은 김씨에게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를 김씨의 장모 집에 보관하게 된 경위 등을 질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검은 이 그림의 구매자를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 특정하고, 김 전 검사가 그림을 대가로 김 여사에게 지난해 창원시 의창구 공천 등을 청탁(청탁금지법 위반)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를 사유로 지난 17일 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은 김씨를 조사하면서 그림이 김 여사를 위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검사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그림의 제공 객체는 김 여사가 아닌 김씨라고 주장했다. 제공 대상이 청탁금지법이 정한 ‘공직자의 배우자’가 아니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여사님 취향을 언급한 대화 내용을 근거로 최종 수수자가 김 여사라고 반박했다.
김 전 검사 측은 그림을 구매하며 지불한 1억4000만원도 김씨에게 받은 돈이라고 주장한다. 특검은 김씨를 조사해 김 전 검사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침이다.
김형근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날 조사를) 기점으로 김씨의 장모 및 김 여사 모친(최은순씨) 사무실에서 김 여사가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각종 물픔들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이외에 관련된 김 여사 친인척의 증거 은닉 및 수사 방해 혐의를 본격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16일 그림을 자신의 장모 집으로 옮겼는데, 이것이 증거를 인멸할 의도였는지 살피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형법 155조는 친족, 호주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인멸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특검 측은 당사자들이 많아 친족이 아니라도 관여한 이들이 있을 수 ㅎㅎㅎ있다면서 친인척으로서 처벌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